<사물들> 리뷰
<사물들>은 파리의 한 커플, 제롬과 실비의 삶을 중심으로 다룬 반자전적인 소설이다. 이 소설은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이들이 사회에 진입하면서 행복해지기를 갈망하고, 이를 위해 소비해야 하며, 결국 행복해지기를 멈출 수 없는 상황을 묘사한다. 출간과 동시에 큰 호응을 얻었다.
줄거리
1부
이들은 파리의 부르주아-보헤미안(bobo, 진보적인 정치와 취향을 가진 화이트칼라 직업을 가진 사람들) 생활 방식을 누리며 시장 조사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번영한 도시 중 하나인 파리에서 부러움을 살 만한 삶을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롬과 실비는 종종 더 많은 물건을 소유하는 꿈을 꾼다.
그들은 이 직업을 진지하게 여기지는 않았지만, 당장의 독립을 위한 디딤돌로 여겼고, 또 다른 선택지 보다는 낫다고 여겼다. 일단 취업을 하게 되자 그들은 소비 생활을 즐기기 시작했다. 그들은 소비에 매이게 되었고, 이는 다시 그들을 직업에 묶어두었다. 그리고 주변에서 끊임없이 보여주는 라이프 스타일을 따라가려고 안간힘을 쓰게 되었다. 결국 그들은 "이따금 경제적인 것이 그들 모두를 삼켜버렸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2부
그들은 탈출을 시도한다. 소설의 2부는 "그들은 도망가기로 마음먹었다."로 시작한다. 그들은 튀니지의 교직을 지원하여 그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파리에서는 느낄 수 없던 풍요로운 삶을 경험한다. 하지만 튀니지의 풍요로움도 결국 그들을 붙잡아두지 못하였다.
에필로그
이야기는 에필로그로 넘어가고, 페렉은 미래 시제로 기술한다. 그들은 프랑스로 돌아와, 정착하고, 광고 분야에 일자리를 구할 것이다. 그들이 도망치고자 했던 1960년대의 소비 문화로 돌아갈 것이다. 피할 수 없는 미래와 모호한 후회를 간략히 그리며 이야기를 마친다.
리뷰
현대 사회에 던지는 질문
<사물들>은 페렉의 데뷔작으로 사회학 논문을 문학으로 풀어냈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페렉의 주된 목적은 저항이나 비판이 아니다. 페렉은 의견을 배제하고 관찰자처럼 건조하게 기술한다. 이야기는 오로지 커플에만 초점을 맞춘다. 그는 현대인의 영혼 깊숙이 자리 잡은 상태를 정의하려고 노력한다. 그럼으로서 답을 주려고 하지 않고 질문을 던진다. 그의 이야기에는 옳고 그름이 없으며, 그가 그린 인물들은 우리처럼 현실적이고 인간적이다.
보편성
그렇게 담아낸 60년대 프랑스 젊은이들의 생활상은 비단 60년대에 국한되지 않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질과 소비에 의존해 행복을 갈망하는 현대 사회 초년생들의 모습을 보편적으로 담아냈기에 지금에 이르러서도 낯설지 않은 이야기이다. 제롬과 실비 커플의 이야기는 현대적인 소비를 즐기면서도 기후 위기와 환경 그리고 경제적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여전히 유효한 질문
비록 이 시대의 우리는 각자 상황이 다르고 제롬과 실비 커플 만큼 풍요로움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사물들>의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기본 구조가 그 때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세계화는 진행되어 단순한 삶을 위해 튀니지로 탈출하는 것이 무의미할 수도 있다.
계속되는 이야기
국가 간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문화적 동질화, 보편적인 상품과 쉬운 서비스 접근이 이루어져 사람들이 진정으로 급진적인 문화 충격을 경험하기 어려워졌다. 9시부터 6시까지의 삶은 파리나 스팍스, 뉴욕이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서울이나 시드니에서 모두 힘들고 영혼을 갉아먹는다. 페렉이 <사물들>에서 그린 세계는 60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 확장되고 있다.
조르주 페렉에 대하여
어린 시절과 가족 배경
페렉은 1936년 파리에서 태어나 노동자 계급 거주지인 벨빌 구역의 빌랭 가에서 유년을 보냈다. 프랑스로 이주한 폴란드계 유대인인 부모님은 제2차 세계 대전으로 인해 페렉이 어릴 때 세상을 떠났고, 이후 그는 고모에게 입양되었다.
교육과 초기 경력
1954년 소르본 대학에 입학했지만 학업을 중단하고 누벨 르뷔 프랑세즈, 파르티장 등 여러 잡지에 기사와 문학 비평을 기고했다. 군 복무를 마친 후, 파리로 돌아와 1962년부터 국립과학연구소에서 신경 생리학 자료 정리자로 일하며 글쓰기를 병행했고, 폴레트 페트라스와 결혼했다.
튀니지 경험과 첫 소설
그들은 1960, 1961년에 튀니지의 스팍스에서 1년을 보냈으며, 그곳에서 폴레트는 교사로 일했다. 이 경험은 <사물들>에 반영되어 있다. 출판 당시, 페렉은 주인공들과 나이가 거의 비슷했다. 남자는 24세, 여자는 21세, 그리고 페렉은 29세였다. 소설은 몇 년 동안 그들을 따라가며, 에필로그에서는 창작자와 동갑이 된다. <사물들>은 1965년에 르노도상을 수상했다.
울리포와 실험 문학
페렉은 60년대 전위 문학의 첨단에 섰던 실험 문학 그룹 울리포(OuLiPo)의 영향을 받은, 제약된 글쓰기로 유명하다. 울리포는 '잠재 문학 공동 작업실'(ouvroir de littérature potentielle)의 약어로, 새로운 구성과 형식을 추구하는 문학을 의미했다. 울리포는 스스로를 '빠져나갈 작정으로 미로를 만들어야 하는 쥐들'로 규정하며, 창작자의 자유가 아닌 창작자의 제약이 더 큰 창작 효과를 낳는다고 주장했다. 울리포의 실험 정신은 이후 페렉의 전 작품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 중에서도 알파벳 e를 빼고 쓴 소설 <실종>(La disparition)과 모음 중 e만 써서 쓴 소설 <돌아오는 사람들>(Les revenentes)이 대표적이다.
인생 사용법
페렉의 대표작 <인생 사용법>(La Vie mode d'emploi)은 1978년에 출판되었다. <인생 사용법>은 가상으로 등장하는 파리 아파트 주민들의 삶이 문학적 및 역사적 암시들로 얽히고 설킨 모자이크 같은 이야기이다. 이 소설은 복잡한 제약을 가진 계획에 따라 쓰였으며, 여러 요소들이 층층이 복잡성을 더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600페이지 분량의 이 소설의 99장은 건물의 방을 돌아다니며 방과 계단을 묘사하고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페렉은 이 소설로 1978년에 메디치상을 타며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서지만 1982년 45세에 폐암으로 생을 마감했다.